비를 기억하는 등대 · 2화
2화. 지도에서 지워진 길
그날 저녁,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미나는 해고 통지서를 서랍 맨 아래에 넣고, 젖은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었다. 노아는 은색 가방을 들고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늦으면 등대가 다른 기억을 보여 줄 거예요," 그가 말했다.
절벽으로 가는 길은 지도에서 지워져 있었지만, 비는 오래된 길을 알고 있었다. 빗물은 보도블록 사이로 흐르다가 특정한 모퉁이에서만 왼쪽으로 꺾였고, 낡은 우체통 아래에서는 종소리처럼 작은 파문을 만들었다. 미나는 그 흔적을 따라가며 자신이 평생 이 도시에서 보지 못한 계단과 문들을 발견했다.
세 번째 골목에서 노아의 가방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그 안의 바다가 불안하게 출렁였다.
"누가 먼저 등대에 들어갔어요," 노아가 속삭였다.
등대 문 앞에는 검은 우산 하나가 접혀 있었다. 미나는 그 우산을 알아보았다. 오늘 아침 회사 복도에서 그녀에게 해고 통지서를 건넨 팀장의 것이었다. 문고리에는 같은 모양의 열쇠 자국이 세 개나 남아 있었다.
안쪽 계단은 젖지 않았는데도 비 냄새가 났다. 벽에는 오래된 이름들이 연필로 적혀 있었다. 그 이름들 옆에는 각자가 잃어버린 것이 짧게 남아 있었다. 직장, 편지, 집, 돌아갈 용기. 미나는 자신의 이름을 찾지 않으려 했지만, 등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가장 위층에 도착했을 때, 렌즈실 한가운데서 금빛이 천천히 돌고 있었다. 빛은 바다가 아니라 도시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빛 안에는 내일의 장면이 떠올랐다. 팀장은 등대 열쇠를 훔쳐서 도시의 모든 잊힌 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 길이 닫히면 해고된 사람들, 떠밀린 사람들, 돌아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시작할 문도 함께 사라진다.
노아가 가방을 열었다. 작은 바다가 렌즈실 바닥을 적셨다.
"등대는 길을 보여 줄 수 있지만, 열 수는 없어요," 그가 말했다.
미나는 열쇠를 쥐었다. 이제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