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독자가 남긴 하이라이트 · 3화
3화. 마지막 문장을 먼저 읽는 법
지하 5층은 도서관이 아니라 대기실이었다.
서가 대신 문들이 늘어서 있었다. 문마다 아직 쓰이지 않은 책 제목이 붙어 있었고, 안쪽에서는 누군가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어떤 문틈에서는 웃음이 흘러나왔고, 어떤 문틈에서는 장례식장 냄새가 났다. 가장 끝 방 앞에는 하린의 이름이 적힌 작은 접수표가 매달려 있었다.
문서는 그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긴 독서대가 하나 있었고, 그 위에는 두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문서가 끝까지 읽은 밤』. 다른 하나는 하린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읽던 책이었다. 제목은 평범했다. 『비 오는 날의 식물도감』. 문서는 조심스럽게 두 번째 책을 펼쳤다. 마지막 읽은 위치에는 짧은 하이라이트가 남아 있었다.
하린이는 선인장보다 씩씩하다. 물을 자주 못 줘도, 자기 안에 오래 버틸 힘을 숨기고 있다.
문서는 눈을 감았다. 이것이 하린이 기다리는 문장이었다. 아이가 받아야 할 문장. 그런데 첫 번째 책이 페이지를 넘기며 속삭였다.
그 문장을 전하면 네 이름이 마지막 장에 적힌다.
문서는 처음으로 웃었다. "마지막 장에 이름이 적히는 게 죽음이라고 누가 정했지?"
그녀는 『문서가 끝까지 읽은 밤』을 거꾸로 펼쳤다. 대부분의 사람은 책을 앞에서부터 읽었다. 그래서 책은 차례대로 독자를 끌고 갔다. 하지만 보관소에서 일하며 문서는 다른 읽기 방식을 배웠다. 어떤 유족은 마지막 문장만 원했고, 어떤 사람은 밑줄만 읽고도 충분히 울었다. 독서는 순서가 아니라 관계였다.
문서는 책의 마지막 장을 먼저 읽었다.
마지막 문장은 비어 있었다. 책은 당황한 듯 페이지를 떨었다. 아직 독자를 끝까지 끌고 오지 못했기 때문에 결말을 쓸 수 없었다. 문서는 주머니에서 보관소 스탬프를 꺼냈다. 사후 밑줄 파일을 완료할 때 쓰는 도장이었다. 그녀는 빈 마지막 문장 위에 도장을 찍었다.
전달 완료.
책이 비명을 질렀다. 활자가 검은 벌레처럼 흩어지며 독서대 위를 기어 다녔다. 문서는 하린 아버지의 문장을 복사해 접수 파일에 넣었다. 그 순간 방 밖의 문들이 하나씩 열렸다. 아직 쓰이지 않은 책에 붙잡혀 있던 밑줄들이 원래 독자에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미래 죽음으로 쓰이던 페이지들이, 누군가의 과거 사랑으로 되돌아갔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갈 때, 문서는 종이책을 품에 안고 있었다. 표지는 새하얗게 비어 있었다. 더 이상 제목도, 예언도, 협박도 없었다. 다만 첫 장에 아주 희미한 문장이 남아 있었다.
읽는 사람은 결말의 재료가 아니다.
아침 아홉 시, 하린은 도서관 민원 데스크에 다시 왔다. 문서는 규정대로 신분을 확인하고, 추모 파일을 건넸다. 하린은 봉투를 열어 아버지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읽었다. 문장은 짧았다. 아이는 끝까지 다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빠가 식물 책을 왜 읽었는지 몰랐어요." 하린이 말했다. "저 때문이었네요."
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밑줄은 가끔 늦게 도착합니다."
하린이 떠난 뒤, 문서는 사직서를 쓰지 않았다. 대신 보관소 첫 화면의 안내 문구를 바꿨다.
고인의 밑줄은 결말이 아닙니다. 남은 사람이 다시 읽기 시작하는 위치입니다.
그날부터 사후 밑줄 보관소에는 새 버튼이 생겼다. 유족은 추모 파일을 받을 때 하나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문장만 받기.
밑줄 전체 받기.
아직 읽을 준비가 되지 않음.
문서는 세 번째 버튼을 가장 좋아했다. 읽지 않는 것도 읽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펼칠 수 있도록, 어떤 문장들은 조금 늦게 도착해도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