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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분량2026년 5월 7일

죽은 독자가 남긴 하이라이트 · 2

2화. 아직 쓰이지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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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는 책을 닫지 못했다.

닫아야 한다는 건 알았다. 사후 기록은 유족 요청 없이는 열람 금지였고, 미래 시각이 찍힌 로그는 사고 보고 대상이었다. 더구나 자기 이름이 들어간 문장을 계속 읽는 건, 직업 윤리 이전에 생존 본능에 어긋났다. 그런데 손가락은 다음 밑줄을 눌렀다.

내일 밤 0시 17분, 그녀는 지하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문은 열리지 않고, 대신 마지막으로 삭제된 독자가 돌아온다.

문서는 폐기 서버 옆의 작업대에 앉아 보안 카메라 기록을 돌렸다. 지하 4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아직은. 하지만 영상 하단에는 이상한 겹침이 있었다. 내일 날짜의 프레임이 오늘 기록 위에 얇게 덧씌워져 있었다. 화면 속 문서는 정말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뒤에서 누군가 손을 뻗는 장면에서 영상은 끊겼다.

그때 보관소 입구 전화가 울렸다. 새벽 네 시에 올 전화는 보통 둘 중 하나였다. 잘못 걸린 민원, 아니면 사망 신고 자동 연동 오류. 문서는 수화기를 들었다.

"밑줄을 멈추세요." 낮은 여자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그 책의 첫 번째 독자입니다. 아니, 첫 번째 삭제자라고 해야겠네요."

여자는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보관소에서 가장 오래된 규칙을 말했다. 죽은 독자의 밑줄은 유족에게만 전달된다. 단, 책이 아직 쓰이지 않았을 경우에는 밑줄이 먼저 유족을 만든다.

문서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아직 쓰이지 않은 책은 독자를 먼저 고릅니다. 읽는 사람이 결말까지 따라오면, 책은 그 사람의 죽음을 원고료로 삼아요."

문서는 종이책을 내려다보았다. 표지 없는 책의 페이지 수는 조금 전보다 늘어나 있었다. 처음엔 얇은 소책자였는데, 이제는 손바닥만 한 장편처럼 두꺼워져 있었다. 읽을수록 미래가 쓰이고 있었다.

"그럼 안 읽으면 되잖아요."

"안 읽으면 다른 사람이 읽습니다. 책은 가장 가까운 상실을 고릅니다. 보관소에는 그런 사람이 많죠."

전화가 끊겼다. 문서는 한동안 수화기를 든 채 서 있었다. 그녀는 이 일을 그만두려고 여러 번 생각했지만, 매번 같은 이유로 남았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 독서를 정리하는 일은 이상하게도 살아 있는 사람을 붙잡았다. 문장 하나가 유족을 하루 더 버티게 할 때가 있었다. 밑줄 하나가 "그 사람도 나를 생각했구나"라는 증거가 될 때가 있었다.

문서는 책의 다음 장을 펼쳤다. 이번에는 밑줄이 아니라 메모였다.

너는 죽지 않는다. 대신 네가 읽지 않은 사람들 중 하나가 사라진다.

페이지 아래에는 이름 목록이 있었다. 오늘 처리해야 할 유족 신청자들. 아버지의 마지막 책을 기다리는 고등학생, 아내가 읽던 요리책을 받고 싶어 한 노인, 사고로 죽은 친구의 메모를 보려던 대학생. 문서는 그중 한 이름에 붉은 밑줄이 그어지는 것을 보았다.

김하린.

방금 접수된 신청자의 이름이었다. 열일곱 살. 사망한 아버지의 마지막 독서 기록을 요청했다. 문서는 신청서 첨부 사진을 열었다. 하린은 교복 차림으로 민원 데스크 앞에 서 있었다. 눈은 부어 있었지만 손에는 도서관 카드가 꼭 쥐어져 있었다.

다음 밑줄이 떠올랐다.

문서가 책을 덮으면, 하린은 아버지의 마지막 문장을 영영 받지 못한다. 문서가 끝까지 읽으면, 누군가는 대신 사라진다.

문서는 그제야 책의 진짜 구조를 이해했다. 이것은 예언서가 아니었다. 독자의 죄책감을 페이지로 삼는 교환 장치였다. 읽는 사람에게 선택지를 주는 척하면서, 결국 가장 덜 견딜 수 있는 상실을 고르게 만들었다.

그녀는 책을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버튼에는 지하 5층이 새로 생겨 있었다. 보관소 도면에는 없는 층이었다. 버튼 위에는 작은 글씨가 떠 있었다.

아직 쓰이지 않은 책 보관실.

문서는 5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시작하자, 종이책의 빈 표지에 제목이 생겼다.

『문서가 끝까지 읽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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