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엘리베이터는 지하로 내려간다 · 1화
1화. 폐쇄된 역에서 온 장애 알림
23시 47분, 도시철도 통합관제실의 야간 패널 한가운데에 빨간 경고가 하나 떴다.
[MUYEONG STN / ELEVATOR B4 / DOOR OBSTRUCTION]
서진은 모니터를 보다가 그대로 손을 멈췄다. 무영역은 18년 전에 폐쇄된 역사였다. 홍수 뒤로 승강장을 막았고, 재개발 구역 바깥으로 노선도 자체를 수정했다. 지금은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죽은 역에서, 존재하지 않아야 할 B4 엘리베이터 장애 알림이 올라왔다.
동료는 센서 오작동이겠거니 하며 넘기자고 했다. 야간 배치가 줄어든 뒤부터는 폐쇄 설비에서 이상 패킷이 튀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경고 상세를 연 서진은 더 쉽게 넘길 수 없었다. 마지막 승인자 항목에 아버지 이름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동호.
아버지는 무영역 마지막 역장이었다. 살아 있을 때도 B4 이야기가 나오면 늘 표정을 굳혔다. 무영역엔 지하 3층까지만 있었다고, 더 밑으로 내려가는 설비는 없었다고, 서진이 어릴 때부터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 아버지가 죽은 지 3년이 지났는데 승인자 이름으로 장애 알림이 올라온 것이다.
서진은 근무를 마치자마자 집에 들렀다. 현관 서랍 맨 아래에는 아버지가 남긴 잡동사니 상자가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반쯤 녹슨 역무용 열쇠, 승강장 휘슬, 출입 권한이 이미 만료된 황동 사원 패스. 서진은 그중 패스 하나를 집어 들었다. 무영역 로고가 찍힌 낡은 카드였다. 가져가지 말라는 사람도, 왜 가져가느냐고 물을 사람도 없었다.
무영역 입구는 이제 지상 공원 뒤편의 서비스 울타리처럼 보였다. 표지판은 떼어 냈고 셔터 위엔 관리 종료 딱지까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카드 리더는 죽지 않았다. 서진이 황동 패스를 가까이 대자 오래된 기계가 작은 진동과 함께 살아났다. 잠겨 있던 철문이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안쪽 공기는 지상보다 차갑고 젖어 있었다. 조명이 꺼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승강기 한 대가 혼자 켜져 있었다. 패널에는 B1, B2, B3만 있었지만, 아버지 패스를 다시 읽히는 순간 검은 창 하나가 추가로 열렸다.
B4
서진은 아주 잠깐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아버지가 없다고 한 층이, 관제실 경고창과 같은 이름으로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결국 그녀는 버튼을 눌렀다. 승강기는 천천히, 예상보다 훨씬 오래 내려갔다. 층수 표시가 B3 아래에서 숫자 대신 점 하나로 바뀌더니, 금속 케이블이 젖은 숨처럼 낮게 울렸다.
문이 열렸을 때 처음 보인 건 선로가 아니라 벤치였다.
B4에는 열차가 서지 않았다. 긴 플랫폼 가장자리를 따라 노란 점자 블록만 남아 있었고, 그 안쪽은 임시 대합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접이식 의자, 이름표가 달린 작은 캐리어, 비닐로 싸인 담요 묶음, 그리고 벽 전체를 덮은 검은 전광판. 전광판 맨 위에는 퇴색한 글씨가 남아 있었다.
[상행 대기 명부]
몇몇 이름은 이미 꺼져 있었고, 몇몇 이름은 흐릿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가장 아래 줄 하나만 유난히 또렷했다.
서하늘 / 05:10 / 상행 대기
플랫폼 끝 스피커에서 오래된 역 안내음이 짧게 울렸다. 이어서 서진이 너무 잘 아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혼자 왔으면 잘 왔다. 관제에는 아직 올리지 마."
아버지였다.
서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사람은 없었지만 음성은 분명했다. 녹음된 목소리인데도, 퇴근 뒤 집에서 귤을 깎아 주며 말하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층에 남은 건 고장 설비가 아니다. 지상으로 올라가지 못한 이름들이다. 44번 보관함부터 열어."
짧은 잡음이 끼고, 다시 같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서진아. 상행 버튼은 사람을 되살리는 버튼이 아니다. 기록을 돌려보내는 버튼이다."
음성이 끝나자 전광판 아래 작은 보관함 열이 한 번에 불을 밝혔다. 44번 칸만 노란 램프가 살아 있었다.
서진은 그 앞에 서서 한동안 손을 올리지 못했다. 무영역 B4는 분명 존재했다. 아버지는 그걸 알고 있었고, 자신이 여기 내려오게 될 때를 예상하고 있었다. 관제실에 오류를 지우자고 보고하면 이 층은 다시 닫힐 것이다. 하지만 05:10이라는 시각이 전광판에 살아 있는 동안, 서진은 그걸 단순한 오작동으로 밀어 넣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 패스를 44번 보관함에 밀어 넣었다.
찰칵.
문이 열리며 안쪽에서 얇은 종이 상자와 손전등 하나가 앞으로 밀려 나왔다. 상자 위에는 검은 펜으로 짧은 메모가 남아 있었다.
첫 번째 이름은 명부가 아니라 사람으로 읽어.
서진은 상자를 품에 안은 채 플랫폼 끝의 어둠을 바라봤다. 선로가 있어야 할 자리 너머로, 더 안쪽 서비스 터널까지 희미한 비상등이 이어져 있었다. 그 끝 어딘가에서 아주 낮은 기계음이 다시 한 번 울렸다.
[ARCHIVE PURGE SCHEDULED / 05:30]
무영역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