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보관소 · 1화
1화. 유리병 속의 겨울
계절 보관소는 폐쇄된 식물원 지하 2층에 있었다. 낮에는 아무도 그 문을 찾지 못했다. 유리 온실은 이미 십 년 전에 철거되었고, 입구였던 회전문 자리에는 행정 안내판과 자전거 거치대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자정이 가까워지면 거치대 뒤 콘크리트 벽에 아주 얇은 금이 생겼고, 그 틈으로 손가락을 넣어 세 번 두드리면 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혜진은 그 문을 여는 사람이었다. 보관소의 정식 직함은 계절 보관사. 사람들이 더는 견딜 수 없는 계절을 맡기면, 그녀는 그것을 적당한 온도의 서랍과 유리병에 봉인했다. 실연한 사람이 반납한 초여름은 비닐봉지 안에서 축축한 풀 냄새를 냈고, 장례식 뒤에 맡겨진 가을은 얇은 봉투 속에서 오래된 국화꽃처럼 바스러졌다. 누군가는 첫눈 내리던 날을 영원히 잊고 싶다고 했고, 누군가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은 봄을 집에 두면 숨이 막힌다고 했다.
보관소에는 규칙이 세 가지 있었다. 첫째, 계절은 팔 수 없다. 둘째, 맡긴 사람만 다시 찾아갈 수 있다. 셋째, 사망한 사람의 계절은 유족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없다. 혜진은 이 규칙들을 책상 앞에 붙여 두고도 매일 조금씩 의심했다. 잊고 싶어 맡긴 계절이라면, 다시 찾아가는 일은 구원일까 처벌일까.
그날 밤 마지막 손님은 없었다. 혜진이 금고실 온도를 낮추고 장부를 닫으려는 순간, 벽 쪽의 오래된 배달 투입구가 낮게 울었다. 요즘은 아무도 쓰지 않는 청동 통로였다. 그녀가 손전등을 비추자, 작은 나무 상자가 미끄러져 나왔다. 상자 위에는 낡은 흰 끈이 묶여 있었고, 이름표에는 익숙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혜진에게.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가 따라붙어 있었다.
내 마지막 겨울.
혜진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어머니는 네 해 전에 죽었다. 생전에는 이 보관소를 한 번도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이 계절까지 맡기기 시작하면, 결국 마음 둘 곳이 하나도 안 남는다"며 혜진의 직업을 못마땅해했다. 그런데 지금 상자에 붙은 필체는 틀림없이 어머니의 것이었다. 급하게 눌러 쓴 ㅈ과 오른쪽으로 기우는 받침 ㄹ까지, 잊을 수 없는 손끝의 버릇이었다.
상자 안에는 손바닥만 한 유리병이 들어 있었다. 병 속에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송이는 바닥에 닿기 직전마다 사라졌다가 다시 위에서 생겨났고, 병 벽 안쪽에는 희미하게 성에가 꼈다. 혜진은 병을 들자마자 손바닥이 얼어붙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동시에 아주 오래된 냄새가 났다. 감기약, 젖은 목도리, 밤새 끓인 배즙.
그 겨울은 혜진이 열 살 때 앓아누웠던 겨울이었다. 어머니가 삼 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이마를 닦아 주던 계절. 혜진은 기억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병이 손에 닿자 알았다. 자신이 기억한 건 사건의 윤곽뿐이었다. 정작 그 방의 온도, 어머니 손의 떨림, 새벽마다 창문에 맺히던 얼음꽃은 누군가 조용히 빼내 간 뒤였다.
병 밑바닥에는 작은 종이 조각이 붙어 있었다.
도시의 봄은 아직 반납되지 않았다.
혜진은 장부를 다시 펼쳤다. 어머니 이름은 사망자 보관 목록에 없었다. 대신 십 년 전 특별 대출 기록 한 줄이 붉은 잉크로 남아 있었다.
대출자: 윤서림.
대출 품목: 미분류 계절 17건.
반납 기한: 없음.
혜진은 보관소의 모든 냉장 서랍이 조금씩 떨리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닫혀 있던 계절들이, 방금 돌아온 겨울을 알아보고 동시에 숨을 들이마시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