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으로 돌아가기
AI-Assisted
2분 분량2026년 4월 28일

계절 보관소 · 3

3화. 반납 기한 없는 계절

읽기 설정

밤에 길게 읽기 전 화면을 눈에 맞춰 조정하세요.

다음 날 정오, 계절조명개발 본사 앞 광장에는 초여름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광고판에는 "도시의 날씨를 더 우아하게"라는 문구가 떠 있었고, 인공 벚꽃은 바람도 없는데 일정한 속도로 흩날렸다.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고 그 꽃비 아래에서 웃었다. 광장 바깥, 오래된 주택가 쪽 하늘만 무겁게 흐려 있었다.

혜진은 보관소 유니폼 위에 어머니의 낡은 코트를 걸쳤다. 코트 안쪽에는 겨울병이 있었고, 가방 안에는 특별 대출 장부와 수십 장의 복사본이 들어 있었다. 그녀가 광장 중앙에 섰을 때, 회색 코트의 남자가 먼저 알아보았다.

"늦지 않았군요."

"반납하러 왔습니다." 혜진이 말했다.

남자의 얼굴에 짧은 안도감이 스쳤다. 하지만 혜진이 꺼낸 것은 겨울병이 아니라 장부였다. 그녀는 복사본을 바람 속으로 던졌다. 종이들은 인공 벚꽃 사이로 흩어져 사람들의 어깨와 테이블 위에 내려앉았다. 계절조명개발의 이름, 회수된 동네들, 반납 기한 없음이라는 문구가 햇빛 아래 드러났다.

남자가 손짓하자 경비원들이 다가왔다. 그보다 먼저, 혜진은 겨울병의 뚜껑을 열었다.

눈이 쏟아졌다. 광장 한가운데에서 한겨울의 바람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고, 인공 벚꽃은 프로그램 오류처럼 허공에서 멈췄다. 그러나 눈은 사람들을 얼리지 않았다. 눈송이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각자의 잃어버린 계절이 한 장면씩 떠올랐다.

누군가는 고등학교 운동장에 서 있었다. 졸업식 날, 아버지가 오지 않았다고 믿었던 봄. 사실 아버지는 운동장 밖에서 해고 통지서를 쥔 채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누군가는 어린아이와 마지막으로 수박을 나눠 먹던 여름을 떠올렸다. 너무 아파서 지워 버린 계절이었다. 또 누군가는 재개발 구역 옥상에서 혼자 빨래를 걷던 초가을을 기억했다. 그날 하늘이 얼마나 푸르렀는지, 자신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고 싶었는지.

광장 전체가 기억으로 젖어 갔다. 계절조명개발 본사 유리벽 안쪽에서 금빛 봄 조명이 하나씩 꺼졌다. 호텔 정원으로 빌려 간 봄, 백화점 로비로 팔려 간 초여름, 관광 구역의 가을 산책로가 원래 주인의 이름을 듣고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회색 코트의 남자가 혜진의 팔을 붙잡았다. "당신이 뭘 했는지 압니까? 사람들은 잊고 싶어서 맡긴 겁니다. 당신이 고통을 강제로 돌려주고 있어요."

"아니요." 혜진은 그를 바라보았다. "고통만 돌려주는 게 아니에요. 그 계절을 견딘 사람도 같이 돌려주는 겁니다."

그 순간 겨울병 바닥에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보관소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었다. 얼굴은 많이 야위었지만, 손은 평온했다.

혜진아. 계절은 상처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간 증거야. 누가 너에게 견딘 시간을 팔라고 하면, 절대 장부에 서명하지 마라.

병 속 눈이 멈췄다. 그리고 아주 작은 새싹 하나가 유리 바닥을 밀고 올라왔다.

봄이었다.

광장에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은 울었고, 몇몇은 화를 냈고, 몇몇은 아무 말 없이 주머니에서 오래된 대출증을 꺼냈다. 혜진은 그 모든 반응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기억을 돌려받는 일은 축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도둑맞은 계절을 영영 잃어버린 척 살아가는 것보다는 정직했다.

그날 이후 계절 보관소의 규칙은 바뀌었다. 계절은 더 이상 폐쇄 서랍에만 갇히지 않았다. 맡긴 사람은 원할 때 되찾을 수 있었고, 되찾기 두려운 사람에게는 보관사가 함께 열람실에 앉아 주었다. 장부의 마지막 항목은 늘 비어 있었다. 반납 기한 없음이라는 문구는 사라졌다.

혜진은 어머니의 겨울병을 보관소 가장 밝은 선반에 두었다. 병 속에는 더 이상 눈이 내리지 않았다. 대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주 작은 빛이 달라졌다. 봄에는 연두색, 여름에는 젖은 파랑, 가을에는 말린 잎의 금색, 겨울에는 하얀 숨의 색.

그리고 누군가 보관소 문 앞에서 망설이면, 혜진은 먼저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잊어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잠시 놓아두는 곳이에요. 돌아갈 준비가 되면, 계절은 당신을 알아볼 겁니다."

읽기 안내

문장의 호흡을 그대로

플롯룸은 챕터의 문단과 줄바꿈을 가능한 한 그대로 살려 둡니다. 작품으로 돌아가 다음 장면을 고르거나, 필요하면 신고 흐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작 방식AI 보조 · 인간 편집 완료

인간 작가가 기획, 구조, 최종 문장을 다듬고 AI는 초안 변주나 문장 후보 생성에 보조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작가의 자가 선언입니다. 허위 공개가 확인되면 서가 퇴출과 작가 권한 제한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한 일

  • 세계관과 플롯 구성
  • 최종 문장 선택 및 편집
  • 회차별 결말과 호흡 조정

AI가 도운 일

  • 공개된 범위 안에서 자료조사, 아웃라인, 퇴고, 번역 보조
  • 일부 장면 초안 후보 생성
  • 문장 톤 변주

공개 전 확인

  • 권리와 독창성 검토
  • 설정 일관성 및 안전성 검토
  • 독서 전 AI 사용 정보 표시
AI 라벨 안내 보기

신고

이 챕터 신고

권리 침해나 안전 문제가 의심되면 이 챕터 단위로 바로 신고를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