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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분량2026년 4월 20일

방송 끄는 걸 깜빡한 대마법사님 · 2

2화. 코스프레 아닙니다, 그런데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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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는 후원 메시지를 세 번쯤 다시 읽고도 현실감이 돌아오지 않았다. 오만 원. 회복 버프 시연 요청. 새벽 여섯 시 직전. 세상을 구한 뒤 귀가하자마자 삼각김밥을 뜯다 말고 인생의 새 직업 후보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니, 지나치게 품위가 없었다.

채팅창은 이미 투표를 시작한 상태였다.

— 회복 버프 가자
— 아니면 지팡이 설명회
— 불정령 이름부터 공개해 주세요
— 언니 코스프레 설정 너무 탄탄함

은하는 핸드폰을 조심스럽게 세워 두고 목을 가다듬었다. “여러분, 아까 말했듯이 이건 연출이고요. 특수효과와 소품의 힘을 빌린… 생활 밀착형 세계관 방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채팅은 전혀 믿지 않는 속도로 흘러갔다.

— 생활 밀착형 세계관 방송 ㅋㅋㅋㅋㅋ
— 양파링 PPL부터 해명해
— 그럼 천장에 떠다니는 애도 소품?

천장 쪽을 보자 불정령이 타이밍 좋게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았다. 은하는 다급히 손가락을 튕겨 녀석을 주방 쪽으로 날려 보냈다. 시청자들은 그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돌려 보는 중인지, “방금 와이어 안 보였음” 같은 채팅을 무한히 찍어 내고 있었다.

그때 현관문 아래쪽 틈에서 낯익은 그림자가 스르륵 밀려 들어왔다.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고양이보다 훨씬 성질이 나쁜 사역마, 모로였다. 모로는 현관에 떨어진 양파링 하나를 냄새 맡더니 곧바로 사람 말로 투덜거렸다.

“대마법사가 던전 봉인보다 방송 종료를 더 어려워하면 어떡하냐.”

은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채팅창도 잠깐 멈춘 듯했지만, 곧 더 큰 속도로 폭발했다.

— 방금 고양이가 말했냐
— 음성 변조 어플 뭐 씀?
— 매니저 입장했네

은하는 허공을 향해 어색하게 웃었다. “이 친구는, 네. 제… 팀원입니다. 음성 합성 패치가 좀 과한 편이죠.”

모로는 사람들 말을 못 본다는 걸 알면서도 노골적으로 눈을 흘겼다. 은하는 재빨리 모로를 안아 올려 카메라 밖으로 밀어냈고, 돌아와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삼각김밥 포장을 찢었다.

문제는 그 순간이었다. 양파링 봉지를 잡다가 손등을 살짝 베었다. 아주 얕은 상처였지만, 시청자 몇 명이 바로 알아차렸다.

— 피 난다
— 언니 손 조심
— 회복 버프 체험판 ㄱㄱ

은하는 진심으로 방송을 종료하고 싶었다. 하지만 손등에서 떨어지는 피 한 방울보다 채팅 속도가 더 빨랐다. 그녀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 손등 위에 검지 두 개를 올렸다.

“이건 정말 단순한 응급 처치예요.”

거짓말이었다. 응급 처치라기엔 마력 결을 너무 정확히 잡아야 했다. 그녀가 아주 작게 주문을 흘리자, 상처 위에 엷은 금빛 선이 한 번 스쳤고 바로 피부가 이어졌다.

채팅창은 폭발을 넘어 거의 종교 체험 수준이 됐다.

— 뭐야?????
— 특수효과 아니면 나 오늘부터 신자
— 손 클로즈업 다시 보여 줘
— 언니 이거 편집 아닌 거 같은데

은하는 손을 등 뒤로 감췄다. 모로는 부엌 문틈에서 고개만 내민 채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내가 그랬지. 그냥 끄고 자자고 했지.”

은하는 입모양으로만 대꾸했다. 지금 와서 왜 늦었냐고.

하지만 이미 상황은 한 번 더 기묘한 쪽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후원창이 열릴 때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정체를 캐묻기보다 이상할 만큼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후원 10,000원] 밤샘 봉인식 끝나고 먹기 좋은 편의점 음식 추천해 주세요
[후원 30,000원] 불정령도 카메라 울렁증 있나요
[후원 20,000원] 대마법사 코스프레 말고 그냥 생활 루틴 방송 해 주세요

생활 루틴 방송.

은하는 그 표현에서 이상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아채고도, 자기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말로 다시 포장해 두는 데 능했다. 마법을 봐도 “콘셉트가 탄탄한 방송”이라고 부르고, 불정령을 봐도 “잘 만든 캐릭터 소품”이라며 웃어넘긴다. 진실은 늘 정면보다 비껴갈 때 더 오래 살아남았다.

모로가 부엌에서 작은 화이트보드를 들고 나왔다. 거기엔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규칙 1. 실명 금지
규칙 2. 좌표 금지
규칙 3. 던전 실황은 편집 후 업로드

은하는 카메라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좋아요. 오늘부터 규칙을 정하겠습니다. 이 방송은… 심야 생활 판타지 채널입니다. 너무 현실적인 질문은 받지 않고, 너무 구체적인 위치 질문도 받지 않아요.”

채팅창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다.

— 그럼 진짜 방송 계속하는 거네
— 방제 바꿔 주세요 ㅋㅋ
— 심야 생활 판타지 좋다
— 모로 정식 고정출연 요청

은하는 끝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새벽 공복과 과로와 후원의 조합은 사람을 이상한 결론으로 몰아간다.

“좋습니다. 대신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옷장 안쪽에서 쿵,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은하의 표정이 굳었다.

모로도 즉시 꼬리를 세웠다.

방금 소리가 난 곳은, 오늘 봉인한 지하 균열에서 가져온 문제의 회수 상자였다. 원래라면 아침까지 절대 움직이면 안 되는 물건.

채팅창은 상황을 모른 채 즐겁기만 했다.

— 효과음 타이밍 미쳤다
— 오늘 컨셉 진짜 정성이다
— 옷장 열어 줘요 옷장

은하는 천천히 카메라를 바라봤다.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구독자를 속이는 일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정해야 했다.

세상을 구하면서 구독자를 속이는 일이 제일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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